[창간기획] 부동산인 50명에 듣는다 ‘워싱턴 집값 상승세’

워싱턴 중간값 28만불→32만불로
볼티모어선 거래 증가 가격은 내려

최근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각종 지표 자료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 분위기속에 주택가격이 ‘서서히 상승세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상반된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본지는 창간 8주년을 맞아 각종 부동산 지표를 분석하는 한편 워싱턴 부동산 중개회사 및 에이전트 등 50여명을 상대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부동산 업계“매매량 늘었다”

워싱턴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로 최근 들어 매매량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주택재고량(인벤토리)이 상당히 줄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은행으로 넘어간 집들은 여전히 많고 정작 은행들은 그 집들을 선뜻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6개월 이상 넘게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보상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레이스 김 대표(그레이스 홈 부동산)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집을 잘 내놓지 않는데다 가격도 예전처럼 싸지 않다”면서 “차라리 숏세일이나 은행소유가 아닌, 일반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집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워싱턴DC와 거리상 가까운 지역인 알링턴의 주택가격 상승은 주목할만하다. 전체적으로 콘도가격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안으로 DC의 일자리를 1만4000개 늘릴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렌트비도 꽤 올랐다.

한동안 집값 폭락 양상을 보였던 버지니아 센터빌 지역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카운티 감정가가 25만달러였던 주택이 실제 32만달러에 팔린 경우도 있다.

구매자 성향도 많이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사업을 하던 한인들이 주택을 다량 매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에게 주택구입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안 경기가 좋다며 마구 집을 사들였던 한인들과 라티노들은 지금 까다로운 융자기준과 조건들로 인해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단 침체기는 벗어났으며 앞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보단 공급과 수요가 적정선을 이루면서 안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센터빌 25만불짜리(감정가) 집, 32만불에 팔려
전문가들 엇갈린 전망속 ‘상승세’에 무게

◇워싱턴-볼티모어 대조적

지난 8월의 전국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에 이어 긍정적인 데이터들이 많이 나오면서‘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S&P사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Case-Shiller의 6월 워싱턴 메트로의 주택가격 지수는 174.32로 5월에 비해 2.8% 상승했다.

주택가격 지수는 올들어 상반기동안 171.97(1월), 168.04(2월), 165.92(3월), 167.30(4월), 169.49(5월) 등의 변화로 지난 6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11.8%로 낮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를 주택 거래 건수로 분석해 보면 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은 버지니아주의 총 주택 거래 건수가 11만4000건으로 전 분기 11만1200건에 비해 0.7%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전년 같은 대비 -1.4%로 하락한 셈이다.

반면 메릴랜드와 DC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메릴랜드주의 경우 총 거래량은 6만6800건으로 전 분기 5만8000건에 비해 15.2%나 늘었다. 작년과 비교해도 4.4%가 올랐다.

이밖에 DC의 2분기 주택 거래량은 7600건으로 전 분기에 비해 18.8% 올랐다. DC는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에 주택 6400건이 매매돼 최근 3년간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이와 함께 주택 거래 가격은 지역별로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워싱턴 메트로 일원(DC, 북VA, 수도권MD 포함)의 올 2분기 주택 거래 중간값(median price)은 콘도 등 공동주택의 경우 24만4800달러로 극심했던 작년 4분기($24,210)와 올 1분기($22,050) 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반면 볼티모어 메트로의 2분기 콘도 등 공동주택 중간값은 21만800달러로 최근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볼티모어 메트로의 경우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단독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워싱턴 메트로 일원의 2분기 거래 중간값은 31만9200달러로 전 분기 27만9400달러에 비해 상당폭 올랐다. 이는 작년 3분기($33,30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0%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LA와 상황 다르다” 신중론도 대두

흔히 ‘바닥을 쳤다’는 표현 속에는 곧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돼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브이(V)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이경환 대표(Mark WJC Realty)는 “거래량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단언한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은 미국 마켓과 한인 마켓에 대한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가령 최근 미 주택시장은 정부의 8000달러 세금혜택이 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인 마켓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는 세금보고에 취약한 한인 비즈니스와도 무관치 않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권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LA 등지에서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캘리포이나주의 주택가격 하락은 절반이하 수준으로 폭락했었다. 호황기를 누리던 2006년 LA의 단독주택 거래 중간값은 58만4800달러. 하지만 올 1분기에는 30만3000달러로 반토막 수준을 보였다.

반면 워싱턴 메트로의 경우 2006년 주택 거래 중간값은 43만1000달러로 올 2분기와 비교하면 10만 달러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처럼 반등세도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상업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가 않다. 일부에선 조만간 ‘커머셜 대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근거로 높은 공실률을 들고 있다. 각종 비즈니스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렌트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고 이 여파로 건물주는 모기지를 제때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욱 코암부동산 대표는 “보통 커머셜은 융자상환 기간이 5~7년, 길게는 10년으로 잡고 있는데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많은 사업체를 사들였던 것이 상환기간이 끝나가는 요즘 슬슬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업체의 경우엔 요즘 매매가 거의 없다. 일단 매상이 너무 많이 떨어져 셀러가 팔기 어려워지면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구매자는 구매자대로 돈이 없다. 예전엔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의 에쿼티로 재융자를 받아 사업을 했지만 이젠 까다로운 법규정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 게다가 은행융자의 규정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각종 지표분석을 종합해 볼 때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회복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 거래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홍알벗·천일교 기자